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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푸른 초원위에 남해같은 집을 짓고

나의 일터이자 나의 쉼터, 남해

"쉬면서 일을 한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쩌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일까요?
일터가 나의 쉼터가 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면서도 로망이기도 하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한 눈에 반해

이주를 하고, 그 곳에서 가족을 꾸리고

내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일궈 나가는 일

 

"그럼 먹고 사는 일은 어떻게 하나요?" 
 

도시에서는 꿈꿔보지 못한 일들을

꿈꿔보는 거예요.

 

집 한편이 창고가 되어도 좋아요.

내 손을 거쳐 간 것이 여행 온 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거든요.

 

오늘 남해로ON 뉴스레터에서는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남해에 첫눈에 반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집 하나를 사고 그 집에서

뚝딱- 뚝딱-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내는

 

'기념품 가게, B급 상점'의 우세진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Q. 남해가 고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남해 남면 석교 마을에서 '비급 상점'이라는 작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우세진입니다.

제 고향은 서울이고, 아내는 부산 출신입니다. 결혼 후 처음에는 서울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이주했어요. 부산에 살 때 남해로 여행을 왔었죠. 처음 남해에 온 건 아이들과 쏙잡이 체험을 하기 위해서 왔었는데, 그때 남해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서울 사람들은 대부분 동해 쪽 강원도 바다만 가보고 남해는 잘 모르잖아요. 저도 그랬죠. 하지만 남해 바다는 강원도와는 달리 잔잔하고 아름다워서 첫눈에 반했어요. 그 후로 주말마다 자주 놀러 왔었죠.

그 당시 저는 '이지댄스'라는 체인점 댄스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여러 지역을 다니며 체인점을 오픈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죠. KTX가 생기면서 부산으로 진출해 학원을 오픈하러 갔다가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그 후에도 댄스 학원 일을 계속하다가 남해로 귀촌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Q. 남해를 처음 알게 된 순간, 어떠셨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놀랍게도 부산과 경남 사람들은 남해를 잘 알더라고요. 서울 사람들만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부산에 살면서 거제, 통영처럼 남해도 가보게 됐죠.

처음 남해에 온 날, 아이들과 쏙잡이 체험을 했는데 힘들었어요 ?  하지만 집에 갈 때 아이들이 다 잠들었고, 체험이 끝나고 정리할 때 바다에 해무가 깔리는 모습을 봤어요. 그 순간,남해에 완전히 반해버렸죠.

집을 알아보다가 지금 상점으로 쓰고 있는 이 집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모든 게 잘 맞아떨어져서 계약하게 됐어요. 이사 과정도 순조로웠죠. 이 집은 원래 작은 방과 창고로 되어 있어서, 짐을 창고에 두고 작은 방에서 한두 달 동안 지내면서 공사를 할 수 있었어요.

준비는 많이 안 했지만, 부산에 있던 전세금으로 이 집을 매입할 수 있었고 약간의 여유자금도 있었어요. 하지만 집 공사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서 좀 힘들었죠.

 

 

Q. 그 이후에 남해에 정착하시면서 B급 상점을 열게 된 스토리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장사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월급 받으면서 살 계획이었죠. 그때 제가 30대 중반이었는데, 몸으로 하는 일은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마을에 있는 석교팜이라는 유통업체에서 겨울에 일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계획대로 되진 않았어요. 시금치 농사를 4개월 하고, 그 후에는 멸치잡이 배를 탔는데, 한 달도 못 채우고 허리 디스크로 일을 그만둬야 했어요. 그때 배운 게 있어요. 시골 사람들이 농작물을 수확해 작은 창고에 보관해서 팔아 1년 치 생활비를 버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가 가진 창고에서 뭔가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는 나무로 물건을 만들어 팔았는데, 2-3년 하다가 또 손가락을 다치게 된거죠 ? 어쩔 수 없이 그만뒀어요. 그래서 다른 것을 찾다가 인도 천으로 만든 제품을 팔기 시작했어요. 천이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서 인기가 좋았어요. 하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해야 해서 부담이 컸죠.

그러다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는데, 어떻게 보면 이건 정말 우연히 시작된 거예요. 뭔가 계획하고 이런 게 아니라 생존형이에요. ? 그러다 티셔츠까지 판매하고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비급 상점을 7년째 운영하고 있네요.

 

 

 

Q. B급 상점에서는 어떤 물건을 파나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영하는 지 궁금해요!

"석교마을 골목길에서 만나는 작은 즐거움."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어요. 말 그대로 여행 오신 분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티셔츠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요. 이곳 시골 구석까지 찾아오셨는데 특별한 거 하나 가져가면 좋잖아요. 세상에 하나뿐인 티셔츠를 만들어보면 작은 즐거움과 선물이 되겠다 싶었죠. 

 

이 외에도 저희가 자체 제작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디자인의 에코백, 유리잔, 마그넷, 엽서 등 다양한 제품군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Q.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귀촌하고 싶거나 남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가 하고 있는 것처럼 집과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자영업 스타일이에요. 가족과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초기 투자금도 적게 들거든요. 남해에서는 큰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면 안 돼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투자한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거든요. 작게 시작해서 경험도 쌓고 자신만의 일을 만들어가는 게 좋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험들이 다 쌓이니까요.

귀촌해서 막막해하는 분들에게 이런 방식을 추천하고 싶어요. 도시에서는 사무실 하나 구하는 데도 큰돈이 들지만, 여기서는 집 창고에서도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그저 "여기서 오래" 살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런 바람을 실현하려면 현실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경제적인 문제, 아이들의 환경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어요. 이런 것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텐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하루하루 남해에 반한 그 마음을 즐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작성일: 2024-09-18 05:08:33